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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추억의 게임] 이 게임을 아시나요!! -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작성자 : 등록일 : 2010-01-19 오후 7:07:28


‘당신이 알고 있는 가장 유명한 게임 장르는?’이라는 질문에 대해,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답은 어떤 것이 될까. 물론 사람의 취향과 성향에 따라 그 대답은 천차만별로 나눠지겠지만 열에 아홉은 아마 ‘RPG(Role Playing Game)'라는 답을 내놓지 않을까 싶다. 비단 국내 게임 유저들로만 국한시키지 않더라도, 액션과 함께 게임 역사상 가장 오래 되고 널리 알려 진 장르인 RPG라는 대답을 듣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 만큼 유명하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장르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RPG는 작금에 이르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한 해에 100개가 넘는 온라인 게임이 등장하고 있는 대한민국 땅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장르가 바로 RPG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밀레니엄을 넘어 새로운 2000년대의 10년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의 게이머들이 과거 ‘국내 게임 시장에서 RPG가 전혀 인기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믿기 힘들겠지만 사실이다. 과거 국내 게임 시장에서 'RPG는 거들떠도 안 보던 시절‘이 있었다.



1980년대의 막바지와 1990년대 초반. PC패키지 시장이 매우 짧은 전성기를 막 시작하려 할 즈음, 국내 시장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던 게임들은 슈팅 게임들과 횡스크롤 액션 게임들이었다. 삼국지 등 전략 시뮬레이션이나 기타 장르들의 명작들이 간간히 등장해 많은 게이머들을 매료시키기도 했지만, 대부분이 국내에서 정식적으로 유통된 것이 아닌 게임들이거나 그 숫자가 매우 적어 ‘장르가 사랑을 받는다’라는 느낌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당시 게임 유저들에게 인기를 모았던 게임들은 소프트 액션의 ‘폭스 레인저’, 미리내소프트웨어의 ‘그날이 오면’등의 슈팅게임이었다. 물론 RPG로 제작된 게임들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직 여러 면에서 깊이가 부족한 게임 시장의 특성 상 직설적이고 직관적인 재미를 주면서도 간편한,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는 액션 게임과 슈팅 게임들이 주류를 이룰 수밖에 없었다(혹은 그에 약간의 어드벤처성이나 아케이드성을 가미한). 또, 꾸준히 국내에 소개가 된 해외의 유명 PC게임들이 1990년에 발매된 ‘페르시아의 왕자’등의 횡스크롤 명작 액션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1994년 7월, 손노리라는 듣도 보도 못한 국내 신생 개발사가 개발한, 국내 최초의 정통 RPG게임이 등장하면서 이런 시장의 흐름은 한 순간에 뒤바뀌게 된다. 시대를 관통하던 ‘대세’들을 물리치고 게임시장 새로운 화두를 던져 준 게임. 국내 게임 유저들에게 본격적으로 RPG라는 게임의 장르를 알려 준 그 게임. 바로 저 유명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다.



사실 당시 굉장한 게임 마니아들에게도 RPG는 쉽게 범접할 수 없었던 장르였다. 파이널판타지, 드래곤퀘스트 등 콘솔로 등장하는 명작 RPG 시리즈나 울티마 시리즈 등을 접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소위 말하는 ‘어둠의 루트’로 들어오는 이 RPG게임들을 국내 유저들이 만끽할 수는 없었다. 언어의 장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는 오락실은 불량배들의 집합소이고 게임이 백해무익하다고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당연하게도 해외의 명작 게임들이 국내에 정식 발매되어 한글화가 될 수 있는 여건은 결코 될 수 없었다. 언어의 장벽이 있다는 것은 RPG라는 게임의 재미를 극도로 가감시키는 부분이었다. 각 캐릭터가 담당한 역할 수행과 전투 시스템 등도 RPG라는 장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무엇보다 주인공들이 가상의 현실 세계에서 경험하고 펼쳐 나가는 대 서사시를 즐길 수 있어야 RPG의 참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고 다양한 정보를 빠르게 얻을 수 없었던 시절이라면야 이야기는 달라졌을 터(대작 게임의 전대사 공략집도 등장하는 요즘과 당시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게임과 관련된 전문 매거진도 부족했던 당시의 상황에서 한글로 번역되지 않은 RPG는 아무리 명작이더라도 국내 유저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았다.

때문에 당시의 주류와 인기의 흐름이 슈팅 게임이나 액션 게임에 편중되어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제대로 된 RPG’를 만날 수 없는 시장의 한계성이 RPG라는 장르를 자연스럽게 배척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충분히 재미있지만 어려워서 하지 못하는 게임을 알리기 위한 ‘계기’만 있으면 유저들을 매료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그 계기만으로 치부하기에는 힘든 게임임에 틀림이 없었다.



국내 게임업계에서 찾기 힘들었던 RPG라는 장르로 시장에 등장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1994년 한 여름에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 5장짜리 패키지로 시장에 등장했다. 당시 게이머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손노리라는 제작사, 그리고 당시에는 너무 긴 듯한 게임의 이름에 사람들의 관심은 ‘그저 그런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개발 기간 약 1년, 총 개발비 추정 약 300만 원이 투입된 당시에는 보기 드문 블록버스터 게임인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당시에는 천문학적인 시간과 금액의 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이었다)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빠르게 히트 게임으로 자리를 잡는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물론 일반 게임 유저들의 경우에는 해외 명작 RPG를 접하는 것이 당시에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극히 소수의 하드코어 마니아들을 제외하고는 세계 게임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명작 RPG들이 어떤 내용을 갖추고 있는지, 또 어떤 수준으로 등장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모를 수밖에 없었던, ‘문외한’수준임에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동호회 수준으로 출발해서 엄청나게 열악한 상황에서도 게임 개발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던 당시 게임업계의 개발자들은(현 손노리 이원술 대표는 당시 개발진 대부분이 폐렴 등의 병에 걸리면서 게임을 개발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공부를 해가면서 선진 게임들의 면모를 체험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손노리의 개발진들은 자신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대한민국산 명작 RPG’에 대한 목표치가 상당히 멀고 높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었다. 이상적으로 자신들이 만들고자 했던 것과 현실은 큰 차이가 있었다. 아마 선진 게임 시장에서 등장하고 있는 세계 유수의 명작 RPG들에 적잖은 자격지심도 느꼈을 것이리라. 때문에, 한 프로그래머는 ‘게임에 대한 완성도가 부끄럽다’라는 이유로 엔딩 크래딧에 자신의 이름을 넣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약 1년 간 개발해 탄생한 손노리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대한민국산 명작 RPG’라는 자부심을 가져도 하등의 부끄러움이 없는 작품으로 등장했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가 등장하면서 유저들은 'RPG라는 게임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었나‘, ’이렇게 재미있었던 RPG를 왜 지금까지 알지 못했을까‘라는 탄식을 내뱉게 되었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가 등장하면서 유저들에게 준 가장 큰 충격. 그것은 바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RPG라는 장르가 이토록 재미있었다는 것, 그리고 지금까지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한글로 된 RPG를 접할 수 있다는 것. 주인공들의 대 서사시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유저들에게 있어서 색다른 재미임에 틀림이 없었다. 특히 PC통신을 중심으로 서서히 붐이 일기 시작했던 판타지 소설 등과 비교되고 연계가 되면서 게임의 재미에 대한 세간의 입소문은 빠른 속도로 게이머들 사이에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한글로 된 이야기’가 국내 게이머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무엇보다 ‘가공화되지 않은 제작자의 의도가 그대로 녹아 든 구성과 이야기’가 제대로 게임 내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저들에게 해당 게임이 재미있다는 것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하드코어 게이머들의 경우에는 비록 경험의 폭이나 그 숫자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해외의 RPG게임을 체험하고 있기는 했다. 그러나 항상 ‘타는 목마름’과 같은 아쉬움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타국의 정서와 타국 언어를 해석해 우리나라 말로 바꿔야 하는, 필수적으로 거쳐지는 중간 가공의 이질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이었다.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말로 만든 게임이 아니다 보니 해석을 하거나 이해를 한다고 해도 그 감흥이 100%로 전달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국내 개발진이 만들어 낸 ‘순수 대한민국산 RPG’였던 만큼, 게이머들의 정서와 취향을 철저히 파악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국내 유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유머와 재치, 각종 패러디를 스토리에 포함시키고 있었던 것이 유저들을 매료시켰다. 주로 일본 RPG를 하고 있던 하드코어 게이머들에게 대한민국 게임만의 유머와 재미를 선사하기 충분했던 것. 가공되거나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은, 제작진의 의도가 그대로 스며들어가 있는 대사와 구성 등은 게임의 재미를 높여주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딱딱하기만 했던 기타 게임들에서 볼 수 없었던, 손노리만의 ‘센스’에 유저들은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에서 빛났던 손노리의 유머 센스는 게이머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회자되어 차후 작품에서도 손노리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만큼 확실히 유저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특히 이 중심에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진짜 주인공’이라고 불리는 ‘패스맨’의 등장이 있었는데, 이 패스맨은 손노리 현 이원술 사장의 게임 내 분신으로 구현되어(울티마 온라인의 개발자 리차드 게리엇의 게임 내 분신인 로드 브리티시와 같은 느낌이랄까. 하지만 멋들어졌던 로드 브리티시와는 달리 이원술의 분신 패스맨은 대두에 코믹함을 갖춘 캐릭터다) 재치와 유머러스함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었다.



당시 PC 게임 업계는 이용자들의 고질적인 소프트웨어 무단 복제로 인해 손해를 입고 있었다. 때문에 복제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었는데, 그 중 하나는 게임 패키지 내에 인쇄된 암호표를 동봉시키고 게임의 시작 또는 게임의 초반 시점에 암호표를 유저에게 조회시켜, 틀릴 경우 진행을 더 이상 시키지 않는 원시적 인증 방법이었다. 패스맨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에서 유저에 대한 암호 조회를 하는 캐릭터로 등장했는데, 딱딱한 정품 인증을 개그와 유머러스한 코드로 접목시키면서 오히려 유저들에게 ‘패스맨의 등장’을 기대하게끔 하는 효과를 일으키기도 했다. 익살스러우면서도 끊임없이 복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며 어설프면서도 독한 정품 인증을 강요하는 패스맨은 당시 PC게임 업계의 불법복제에 대한 고민이 구구절절하게 녹아들어가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이후 패스맨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에서의 폭발적인 인기(?)를 발판삼아, 손노리 게임의 마스코트적인 존재로 거듭나 이후 손노리의 차기작인 ‘다크사이드 스토리’등에도 꾸준히 등장했다.

한편, 패스맨은 비단 ‘우스운 캐릭터’로만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손노리는 어스토니시아, 포가튼 사가 이후 2000년 ‘악튜러스’, 2001년 ‘화이트데이’등 인구에 회자될 게임들을 다수 발매하게 되지만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영광에는 확실히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이유는, 개그스러웠지만 손노리의 게임에 패스맨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바로 불법복제 때문이었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팔콤의 명작 RPG게임 시리즈인 ‘이스2 스페셜(이스2의 판권을 국내 게임사가 사들여 정식 유통시킨 타이틀)’를 압도할 정도로 당시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구체적인 판매량 집계는 되지 못했지만 정품은 10만장 이상 팔려 나갔다고 잠정 집계되고 있다. 그리고 PC통신을 통해 퍼져나간 불법복제 버전은 20만 장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정품보다 불법복제가 2배 이상 많이 퍼져나간 것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패스맨이 막을 수 없었던 국내 불법복제 시장의 암운이었다. 패스맨은 유저가 정품 인증 암호를 정확히 입력하면 “매뉴얼까지 복사하다니, 두고보자!”이라는 대사를 남기고 사라진다. 즉, 매뉴얼까지 복사를 하거나 정품 인증 암호를 복사하면 패스맨이 있어도 무소용이라는 것을 개발진도 알고 있으며 패스맨은 어쩌면 정품을 써 달라는 자신들의 바람과 ‘복제품을 쓰려고 마음만 먹으면 절대 막을 수 없는’개탄스러운 현실이 합쳐진, 손노리의 비통함이 만들어 낸 결과물일지도 모른다(결국 손노리는 ‘패키지의 로망’을 끝으로 패키지 게임 사업에서 철수를 하기에 이른다).



주인공, 혹은 주인공 일행들의 파란만장한 여행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와 그들의 성장과 갈등을 빚어내고 있는 정통 판타지 RPG에서 이야기의 중심이 될 주인공 일행의 존재는 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당연히, 주인공을 비롯한 동료들의 매력에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가 매료되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게임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리기 마련이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인기의 비결에는 매력적인 주인공들의 존재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임에 틀림이 없었다. 라테인 왕국 팔미라 주 제 5보병대의 부 지휘관으로 등장하는 주인공인 로이드를 제외하고 나더라도, 히로인인 일레느, 야성적인 남성 전투원의 모습을 물씬 느끼게 해 줬던 러덕, 차가운 매력의 아크라, 엘프 궁수 지나스, 드워프 렌달프 등의 조화는 게임 속에서 중첩되지 않는 각자의 매력으로 유저들을 매료시켰다.



사실 지금에 돌이켜 보면 한 마을의 젊고 뛰어난 기사인 주인공과 그와 함께하고 있는 히로인 여자친구(물론 여자친구는 아니지만), 무뚝뚝한 마초적인 남성을 풍기는 남자 전투원(탱커&데미지 딜러라고나 할까)과 차가운 매력의 소유자이지만 미녀 캐릭터와의 사랑과 우정의 서사시는 조금 뻔 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아마 요즘 같아서는 기가 막힌 반전이 없다면 이런 대략적인 스토리 전개는 유저들에게 어필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색하지 않은 스토리 라인에 손노리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 그리고 캐릭터들 간의 매력이 발산되는 부분을 적절하게 끄집어 내 유저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뻔 한 전개’는 어느 새 유저들을 몰입시키는 수준으로 계속해서 바뀌어 갔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야기에 몰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놓고 그 토대 위에서 각각의 캐릭터들의 매력을 손노리 특유의 유머러스한 연출로 발산하도록 했으니 자연스럽게 자신이 플레이하고 있는 이 게임의 주인공들이 사랑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시종일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이야기는 조금은 밝고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 흘러간다. 일레느의 목욕을 훔쳐보다가 들켜 물병을 맞고 HP가 1이 되는 로이드 등의 장면에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유머러스함은 꾸준히 등장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아크라가 전사를 하고 러덕이 그녀의 죽음에 슬퍼하는 장면 등에서 유저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그 만큼 플레이어가 캐릭터에 가지고 있는 애정이 크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큰 반전이 있는 것은 아니고, 스토리 다이제스트에 엄청난 메리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무난함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매력발산’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손노리의 개발진이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개발하고 시장에 내놓으면서 기대하고 있었던 성과는 복합적이었다. 그러나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성과는 바로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RPG’였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비주류 장르인 RPG의 재미를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통해 느끼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었다. 때문에, 손노리는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게임 난이도를 결코 어렵게 만들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야말로 캐주얼 RPG의 원조격인 존재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RPG라는 장르를 어색해 하던 당시의 국내 게임 유저들이 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상대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은 난이도를 제공함은 물론, 그래픽 효과 없이 텍스트로만 전개가 되던 소수의 국내 개발 RPG들과는 달리 동시대에 존재하고 있던 타국의 RPG게임들에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부드럽고 깔끔한 비주얼 퀄리티를 유저들에게 제공했다. RPG를 어색해 하는 유저들에게 깔끔하고 멋진 그래픽으로 관심을 돌리는 것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위한 캐주얼 게임의 선결 조건이었다.

유저들이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그래픽에 눈길을 돌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게임이 갖추고 있던 그래픽 효과는 대단한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당시의 게임들의 대다수는 스크롤을 하면 화면이 프레임스킵을 하듯이 끊어지면서 움직이고는 했는데,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그래픽 퀄리티가 훨씬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 없이 부드럽게 스크롤이 움직이도록 구성이 되어 있었다.

또, SD로 캐릭터들이 구현되어 있는 상황에서 여러 가지 감정 표현이나 액션 등을 표현한 것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그래픽에 대한 장점이 아닐 수 없었다(SD캐릭터들을 가지고 상황의 표현 등을 게임 상에서 연출해 내는 것은 지금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해외 명작 RPG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표현력과 연출력을 갖추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유저들 사이에서 화려한 마법 이펙트를 자랑하는 캐릭터들을 더욱 정성스럽게 키우게 되는 성향이 두드러지기도 했다. 특히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전투 종료 시에 전투에 참여한 캐릭터들에게 경험치를 모두 공동 분배하는 것이 아닌, 몬스터를 죽인 캐릭터에게 경험치가 모두 돌아가도록 하는 경험치 분배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일레느와 아크라 등 마법 캐릭터들에 대한 유저들의 애정도가 클 수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이는 캐릭터 간 밸런스나 파티플레이 상성 등을 고려해 볼 때 그리 좋은 성향은 아니었지만, 반대로 유저들이 키우고자 하는 캐릭터는 확실히 육성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캐릭터들에 대한 더 큰 애정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게임에 대한 난이도는 높지 않지만 캐릭터 육성을 어떻게 밸런스 있게 맞추느냐가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기 때문에 게임의 또 다른 묘미가 되기도 했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한국 게임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게임으로 손꼽히는 타이틀이다. 혹자는 ‘국내 게임 시장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전, 후로 나뉜다’라고 말할 만큼 그 상징성에 대해 인정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이후 국내 게임 시장에 크나 큰 변화가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손노리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로 제1회 한국게임대상 대상과 제1회 신소프트웨어 대상을 수상하는 등 영광을 맞이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가 출시된 이후, 국내 게임 시장에는 본격적으로 RPG붐이 일어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라이벌격인 작품인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 ‘파랜드 택틱스’등이 등장해 RPG의 전성기를 맞이함과 동시에 PC패키지 시장은 짧지만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하게 된다. 손노리 역시 1995년 횡스크롤 액션 게임인 ‘다크사이드 스토리’이후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외전격 작품인 1997년 ‘포가튼 사가’를 발매해 이러한 흐름에 불을 지피게 된다.



손노리는 2002년 국산 휴대용 게임기 GP32용으로 리메이크 작인 ‘어스토니시아 스토리R’을 선보였고, PC용과 PSP용으로도 이식이 되었다. 그리고 2008년에는 SK텔레콤의 3D 모바일 게임 플랫폼 ‘GXG’용 ‘어스토니시아 스토리2’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옛날 어스토니시아 스토리가 유저들에게 주었던, 게임에 매료되었던 그 재미를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혹자는 이에 대해 “어스토니시아 스토리가 어머니가 해 주시는 밥이라면, R과 2는 패스트푸드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 만큼 아련하고도 그리운 추억이라는 얘기일 게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는 모두가 바라는 해피엔딩으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로이드와 밀레느는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하며 키스를 나눈다. 유저들도 그 둘의 키스 장면을 바라보며 어스토니시아 스토리가 주는 감동을 곱씹었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그 아련한 추억. 그 때의 그 시절, 그 감동과 재미를 주었던 그 장면을 눈을 감고 돌이켜 보는 건 어떨까. 지금도 당신의 가슴 속에 남아 있는, 그 아련하고 가슴을 저릿하게 만드는 추억의 장면들을 말이다.



겜툰 편집팀
editer@gamtoon.com




덧글쓰기
 
D.X      [10-01-20]
이런 게임이 있었구나...
Anti히로      [10-01-20]
첨봐.. ㅇㅂㅇ
릴라이스      [10-01-21]
요즘 애들은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모르는구나.. 한국에서 RPG 좀 했다고 말하려면, 외국의 유명 게임들 말고도 국산 RPG 창세기전과 더불어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포가튼사가 정도를 몰라선 안되지..
우로오로로      [10-01-21]
손노리에서 어스토니시아R로 재편한걸로 플레이해도 괜찬...
츠나가리      [10-02-03]
아.....정말 그립네요 정말 재밌었는데.....
T.제라툴      [10-02-15]
손노리 하니깐 화이트데이가 생각이 나는 군 화이트데이 패키지에 이 게임도 있었던 거 같기도 하고.....
양스      [10-05-02]
아련~ 하네요
파인쿠루      [11-06-23]
힘들게 힘들게 보스까지 가서 30분동안 보스 잡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ㅋㅋ 재밋게 했었는데 메모리 부족으로 스토리 진행 안될때는 정말 짜증 이빠시 났었는데
미첼      [19-01-27]
이거 안 멈추게 하려고 도스 메모리 620kb 만든다고 개고생했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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