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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재창조된 마스터피스, 데드 스페이스 리메이크
작성자 : 등록일 : 2023-02-01 오후 5:41:15


게임피아는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 EA) 산하 개발사인 모티브 스튜디오(Motive Studios)가 개발한 '데드 스페이스(Dead Space)' 플레이스테이션 5 및 엑스박스 시리즈 X|S 버전을 1월 27일 국내 공식 출시했다.

EA 산하 개발사였던 비서럴(Visceral)이 2008년 출시한 '데드 스페이스'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EA는 두 작품 간 구분을 위해 ESD 상점 페이지 기준으로 원작을 '데드 스페이스(2008)', 리메이크 작품을 '데드 스페이스'라고 표기하고 있다.



'데드 스페이스'에서, 유저는 채굴기업 CEC 소속 엔지니어 아이작 클라크가 되어 난파당한 우주선 USG 이시무라로 향하게 된다. 최우선 목표는 구조 신호를 보낸 인물이자 주인공의 연인인 니콜을 구출하고 탈출하는 것이다.

구조 신호를 받고 찾아간 주인공이 자신도 휘말려 조난한다는 내용은 공포 게임에서 흔한 클리셰지만, '데드 스페이스(2008)'는 독특한 세계관 설정과 난파된 우주선이라는 배경을 최대한 활용한 레벨 디자인을 통해 공포게임 장르의 금자탑에 오른 바 있다.




리메이크 작품이지만, 전체적인 스토리는 유지하되 일부 대사나 연출이 바뀌거나 '데드스페이스 2' 및 '데드스페이스 3'에 추가된 설정 중 일부가 반영되는 식의 개선이 이뤄졌다. 예컨대 원작에서 아이작과 니콜은 연인 관계라는 점만 부각되었지만, 리메이크 후에는 둘 사이의 관계를 더욱 상세하게 파악할 수 있는 과거사를 알 수 있다.

워낙 인기 있는 시리즈인 만큼 '데드 스페이스(2008)'를 여러 번 반복 플레이 한 팬이 많으며, 거의 모든 연출이 실시간으로 이뤄져 건너뛸 수 없는 작품이기에 중요한 대사 중 상당수를 암기하고 있는 유저도 적지 않다. 스토리 변화는 그런 유저들도 리메이크 버전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변경된 스토리 요소 중 주인공 아이작의 대사가 생겼다는 점도 특기할만한 부분이다. 원래 아이작에게 본격적인 대사가 생긴 작품은 '데드 스페이스 2'이며, '데드 스페이스(2008)' 시점의 아이작은 대사가 기합이나 비명뿐이었다.

이 때문에 생긴 문제 중 하나는 '데드 스페이스(2008)' 시점에서 아이작의 성격이 어땠는지 알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데드 스페이스 2'에 등장하는 아이작은 전작에서 겪은 온갖 끔찍한 경험에 의해 매우 신경질적인 사람이 되었으며 종종 불안증세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도 사건 해결을 위해 나서는 모습으로 팬들에게 사랑받았지만, 정신 질환을 얻기 전 모습이 어땠는지를 궁금해하는 팬들도 있었다.

'데드 스페이스'에서는 아이작에게도 상당히 많은 대사가 배정됐다. 다른 인물들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며 사건을 해결해 나갔던 '데드 스페이스(2008)'과 달리,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문제가 제시되면 공학적 지식을 활용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 보다 능동적인 캐릭터로 거듭난 모습을 볼 수 있다.

대사 완성도에 더해 성우 연기도 뛰어난 편이다. 이미 '데드 스페이스 2'를 플레이한 유저라면 다소 과묵하기는 해도 신뢰가고 듬직한 인물이었던 아이작이 공포와 피로, 그리고 광기를 통해 '데드 스페이스 2'에서 보여준 성격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다.




게임 속에서 유저는 네크로모프라는 적을 상대하게 된다. 시체를 감염시켜 수를 불려 나가는 괴물로, 설정상 특수한 수단이 없다면 죽일 수 없기 때문에 사지를 절단하고 신체 부위를 훼손해 움직일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게임 초반부에서부터 사지를 절단하라는 내용이 반복해서 강조된다.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를 이번 작품으로 처음 입문한 유저라면 우선 그 외형에 놀랄 수 있다. 네크로모프는 시체를 기반으로 변이한 괴물이라는 설정답게 매우 기괴한 외형을 갖추고 있으며, 다리를 절단해도 기어 와서 공격하는 등 유저를 끈질기게 추적해와 공포감을 더한다.

리메이크 버전에서는 신체가 절단될 정도의 피해를 당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공격에 의해 신체가 손상되는 묘사가 추가돼 더 기괴하고 징그러워졌다. 팔을 쏴서 근육과 뼈가 드러났는데도 팔을 휘두르며 공격해오는 모습을 향상된 그래픽으로 감상할 수 있다.

'데드 스페이스(2008)'와 비교해 네크로모프의 체력이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대신 이동 속도와 공격성이 크게 향상됐다. 결과적으로 네크로모프가 유저에게 다가와 공격하기 전까지 대응할 시간이 줄어들어 안전하게 적을 처치하기 더 어려워졌으며, 이에 따라 한층 긴장한 상태로 플레이하게 됐다.




네크로모프가 생성되는 위치도 달라졌다. 정확히는 랜덤 요소를 도입해 어디에서 네크로모프가 나올지 알 수 없어졌다. 갑자기 튀어나온 적에게 사망한 뒤 저장 데이터를 불러왔을 때도 다른 곳, 다른 순간에서 생성되기 때문에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이 요소는 엔딩 후 반복 플레이를 즐길 때 더 부각된다. '데드 스페이스'에는 '데드 스페이스(2008)'에 없던 반복 플레이 전용 수집 요소와 추가 엔딩이 제공되는데, 연출을 위해 적이 고정적으로 생성되는 장소를 제외하면 경험상 '이쯤에서 나오겠다'라고 추측하는 것 외에 적이 언제 나올지 알 도리가 없어 첫 플레이와 마찬가지로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원작에 없던 퍼즐 요소도 공포를 자극한다. 조난한 우주선이라는 설정 답게 전력이 부족한 상황이며, 일부 장치를 가동하기 위해 전력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퍼즐이 등장한다. 예컨대 문을 열어야 하는 데 전력이 부족하다면 승강기 전력을 문에 써서 문을 열어야 하는 식이다.

이런 퍼즐 요소가 단순히 문이나 승강기에 한정된다면 좋겠지만, 일부 퍼즐은 조명이나 생명유지장치의 전원을 끄도록 요구한다. 퍼즐을 푸는 순간부터 한 치 앞도 보이는 어둠 속을 손전등에 의지해 돌아다니는 상황이 펼쳐지거나 갑작스러운 타임 어택 플레이가 시작된다.

퍼즐을 풀지 않아도 종종 매우 어두운 구간이나 타임 어택이 등장하기는 한다. 그러나 각오를 다진 뒤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는 일과 내 손으로 전원을 꺼 어둠 속에 덩그러니 남게 되는 일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순간적으로 주변이 어두워지는 순간부터 어디에선가 들려오는 네크로모프 소리는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기 충분한 경험이었다.




리메이크 과정에서 탐험 요소가 강조되기도 했다. 특히 시리즈를 상징하는 소품이자 방어구 역할을 하는 RIG 슈트가 중요해졌다. 원작에서는 적에게 맞지 않을 자신만 있다면 RIG 슈트를 강화하지 않아도 되었으나, '데드 스페이스'에서는 RIG 슈트 등급이 오를 때마다 보안 권한 상향이라는 명목으로 그동안 열 수 없던 방이나 캐비닛 문 등을 열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일직선 진행이었던 맵 구조도 과거에 지나온 장소에 돌아갈 수 있도록 변경됐다. 탐험 요소가 많다는 건 보통 즐거운 일이지만, '데드 스페이스'에서는 두려운 일이 된다. 원래도 무서운 장소였던 이시무라호는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더욱 두려운 장소로 변모해가며, 과거에 무탈히 지나왔던 공간 역시 점차 오염되고 어두워진다.



시스템적인 편의성도 늘었다. 인벤토리 용량이 늘어나 게임 진행 중 멀쩡한 탄약을 버려야 하는 일이 사실상 사라졌으며, 성능 문제로 외면받던 일부 무기들에는 개선이 이뤄져 좋아하는 무기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원작에서 여러 유저를 울린 구간이었던 ADS 캐논 조작도 유저가 직접 조작하는 방식에서 캐논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끔찍한 조작감과 시스템적 문제로 실력이 아닌 운으로 돌파해야 하는 구간으로 악명 높았으나, 이제는 정상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게임을 해보지 않은 유저라면 알기 어려운 요소인데, 개발진이 게임에 애정을 가지고 만들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 리메이크가 지니는 또 다른 의의 중 하나는 '데드 스페이스' 정규 넘버링 시리즈 중 최초로 공식 한글화된 작품이라는 점이다. 외전작을 포함하면 '데드 스페이스 모바일'이 먼저지만, 번역 완성도가 조악했던 '데드 스페이스 모바일'과 달리 '데드 스페이스'가 선보이는 번역 완성도는 매우 훌륭하다.

상술한 주인공 대사를 포함해 전반적인 대사량이 더 풍부해진 작품이라 뛰어난 번역이 더 반갑다. SF 세계관인 만큼 자주 등장하곤 하는 학술 용어도 뜻을 해석해야 할 때와 음차해야 할 때를 잘 구분했으며, 게임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환각과 정신 이상 연출과 관련된 대사도 분위기를 잘 살렸다.

전광판에 출력되는 글자도 번역돼 이시무라호를 한층 현실성 있는 장소로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중요한 요소는 아니고 대개 설비에 대한 설명이나 저녁 메뉴 같은 내용이지만, 빵가루 묻혀 튀긴 탱크 양식 가자미와 고구마튀김을 먹지 못하고 죽은 선원들을 떠올리다 보면 한때 일상적인 행동이 이뤄졌던 곳이 지옥 같은 장소로 변모했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



PS5 버전에서는 듀얼 센스 활용도도 돋보인다. 대표적으로 RIG 관련 음향은 듀얼 센스 스피커로 출력되는데, 환경 설정을 제외한 거의 모든 UI를 RIG에 부착된 홀로그램을 통해 표현하는 게임 특성상 인벤토리를 열거나 길을 찾을 때마다 발동음이 들리며 게임 몰입감을 더해준다.

슈팅 게임에서는 대개 적응형 트리거 반동을 무기에 따라 다르게 설정하는 식으로 방아쇠압을 묘사하지만, '데드 스페이스'는 방아쇠압을 잔탄량에 따라 다르게 적용한다. 탄창이 가득 차 있을 때는 저항감이 별로 없지만, 장전된 탄약이 감소할수록 압력이 점점 강해진다.

잔탄량이 항상 화면 중앙에 표시되는 UI 특성상 일반적인 상황에서 잔탄량 확인을 촉감에 의존할 일은 드물지만, 탄약 부족을 겪기 쉬운 고난도 환경에서는 탄창 하나가 소모될 때마다 점차 절벽으로 몰아붙여지는 기분을 경험할 수 있다.

햅틱 피드백은 우주선이라는 공간을 효과적으로 묘사한다. 멀리서 느껴지는 정체불명의 진동과 우주선 엔진 출력에 따라 점진적으로 변하는 진동, 거세게 회전하는 환풍기, 환풍구를 따라 쿵쿵대며 돌아다니는 소리 같은 것들을 귀뿐만 아니라 손으로도 느낄 수 있게 했다.



게임 패드를 통한 슈팅 게임 플레이가 익숙하지 않은 유저를 위해 조준 보정 기능도 제공된다.

총을 겨눴을 때 조준점을 자동으로 적에게 옮겨주거나 조준시 시간을 느리게 흐르게 하는 기능이 포함되는데, 만약 게임 패드로 슈팅 게임을 즐긴 경험이 적은 유저라면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게임을 고난도로 즐기는 숙련자에게는 오히려 게임 플레이를 방해하는 기능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네크로모프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신체를 얼마나 정확하게 훼손하느냐가 중요한데, 조준 보정은 적 정 중앙으로 조준을 유도해 탄을 낭비시킨다.

대충 몸에 맞춰도 알아서 사지가 떨어져 나가는 저난도에서는 일단 맞추기만 하면 되는 만큼 조준 보정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정확히 사지를 노리고 발사해도 탄약이 부족한 고난도에서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






'데드 스페이스(2008)'는 분명 뛰어난 작품이었다. 그러나 영화사에 길이 남은 명작을 오늘날 다시 관람하면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듯, '데드 스페이스(2008)'이 출시된지 15년여가 지난 오늘날에는 낡은 그래픽과 불편한 시스템으로 '과거의 명작'으로 남게 된 상황이었다.

게다가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는 '데드 스페이스 3'을 끝으로 비서럴 스튜디오가 해체되며 불완전한 완결을 맞이하기도 했다. 두 요소가 결합되며 팬들이 시리즈 리메이크, 혹은 리부트를 요구하기 시작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데드 스페이스'는 훌륭한 리메이크의 표본 같은 작품이다. 단순히 게임 그래픽을 현대 기종에 어울리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게임 기초 골자를 유지한 채 장점을 더욱 강화했으며, 최신 기술을 도입해 게임 플레이 경험을 끌어 올렸다.

여기에 원작을 이미 즐겨본 유저라도 마치 게임을 처음 플레이하는 듯한 경험을 얻을 수 있도록 게임 시스템과 스토리를 변경하기도 했다. 뛰어난 원작을 기반으로 훌륭한 리메이크가 이뤄졌으니 좋은 게임이 탄생할 수밖에 없다.

1편의 명성을 계승해 또 다른 명작으로 오른 '데드 스페이스 2', '데드 스페이스 2'의 프리퀄이자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현재 판매가 중단돼 정식으로 플레이 할 수 없게 된 '데드 스페이스 모바일' 등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에는 아직 남은 작품이 많다. 과연 다른 작품들 역시 리메이크될지, 리메이크된다면 이번 작품처럼 뛰어난 리메이크가 이뤄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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