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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오고가는 수 싸움 속 싹트는 재미, 넥슨 퍼스트 버서커: 카잔 TCBT 체험기

작성자 :	등록일 : 2024-10-03 오후 11:01:08

넥슨은 산하 네오플이 개발하고 자사가 유통 예정인 싱글 플레이 액션 RPG '퍼스트 버서커: 카잔' 기술적 비공개 베타 테스트(TCBT)를 2024년 10월 11일 진행할 예정이다. 유저를 대상으로 기술 완성도를 검증하고 폴리싱 작업을 위한 피드백을 수집하는 테스트로, TCBT와 동일한 내용이 담긴 TCBT 버전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퍼스트 버서커: 카잔'에서, 유저는 '던전앤파이터' 세계관 속 고대 국가인 펠 로스 제국 대장군 카잔이 되어 자신을 배신한 제국에 복수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야 한다. 복수를 위해 귀신을 받아들인 카잔이 어떤 일들을 겪고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던전앤파이터' 세계관에 속한 작품이지만, 원작 '던전앤파이터'를 플레이하지 않은 유저라도 게임 스토리에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상세한 설정을 몰라도 스토리 이해에 무리가 없을뿐더러, 지명이나 인명을 제외하면 스토리 전개 중 고유명사나 '던전앤파이터'에서만 쓰이는 용어 등이 거의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던전앤파이터'를 플레이해 본 유저라면 게임 세계관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무기 튜토리얼 역할을 하는 미션인 스톰패스는 반투족 성지라는 설정으로, 플레이 도중 반투족을 이루는 핵심 부족인 볼크족, 토로스족, 쿠닉족과 관련된 오브젝트들을 확인할 수 있다.

백과사전 메뉴가 단순히 튜토리얼이나 시스템 안내 메세지 다시 보기 용으로 사용되는 건 조금 아쉬웠다. 유저가 만난 NPC나 몬스터들에 대한 설정 및 일러스트를 감상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면 세계관에 몰입하기 더 쉬웠을 것이다.

전투는 서로 순서를 주고받는 느낌으로 진행된다. 뒤돌아 보고 있는 적을 기습하는 게 아닌 이상 거의 모든 상황에서 공격 우선권이 적에게 있었으며, 모든 전투는 최대한 적 공격을 방어하다가 빈틈을 노려 한두 번 반격하고 다시 방어 태세를 굳히는 식으로 이뤄졌다.

대신 기본적인 방어 성능이 뛰어나 거의 모든 적 공격을 방어로 넘겨낼 수 있으며, 적 공격에 피격되기 직전에 방어 버튼을 눌러 튕겨내는 '직전방어'와 아슬아슬하게 적 공격을 회피하는 '직전회피' 개념이 있다. 직전방어나 직전회피시 보너스를 제공하는 스킬이 많아 자연스럽게 직전방어나 직전회피를 노리다가 실수로 피격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공격을 주고받는 전투를 치를 수밖에 없던 또 다른 이유로는 공격 딜레이가 너무 길다는 점이 있었다. 공격 모션은 빠른 반면 공격 전후 딜레이가 짧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빈틈을 노출시키게 되었고, 빈틈을 최소화하려면 결국 공격 횟수를 줄여야만 했다. 긴 딜레이는 전투 모션이 조금 어색하게 느껴지는 원인이 되기도 했기 때문에, 공격 모션이 조금 더 길어지고 대신 전후 딜레이를 줄일 필요가 있어 보였다.

걷기를 제외한 모든 행동에 기력이라는 별도 자원이 소모되기 때문에 기력 관리를 철저히 해야 했다. 일종의 스태미나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 강한 공격을 가하거나 강한 공격을 막을수록 더 많은 기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회피와 방어 중 어느 쪽이 더 유리할지 파악하는 상황판단력이 중요했다.

TCBT 기준으로는 전투 피로도가 매우 높은 게임이었다. 정확히는 보스 전투 피로도가 매우 높았다. 보스가 가하는 피해는 매우 높은 반면 보스 체력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교전을 장시간 치르도록 강요받았기 때문이다. 보스 체력이 조금 더 낮아지거나 유저 공격력이 더 높아질 필요가 있어 보였다.

무기는 도부, 대검, 창 세 종류가 준비돼 있다. 가짓수가 적어 보일 수 있지만, 무기마다 특색이 확실해서 골라 쓰는 재미가 있었다. 단순히 공격 속도나 거리만 차이나는 게 아니라, 무기 종류에 따라 사용하는 스킬까지 달라지기 때문에 다양한 무기를 사용해 보고 상황에 맞는 무기를 선택할 필요가 있었다.

도부는 한손검과 도끼류 장비를 함께 사용하는 무기다. 표준적인 공격 속도와 공격력을 가지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직전가드와 직전 회피 모두 선택지에 넣을 수 있다. 특히 공격 속도와 공격 범위 모두 적절해서 부활하는 적들을 상대할 때 용이했다.

대검은 '던전앤파이터'에서 버서커를 상징하는 바로 그 무기다. 공격 속도가 느려서 사용이 까다로운 대신 대신 일반 공격이 다른 무기 강공격과 맞먹을 정도로 강력해 보스 상대로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반대로 기동성이 느린 데다가 공격에 소모되는 기력 수치가 높아 회피보다는 방어 위주 플레이를 해야 하는 양날의 검 같은 무기이기도 했다. 공격 범위가 넓어 일대다 교전에서 유리할 듯 했으나, 오히려 공격 속도가 느려 적 다수에게 둘러싸일 경우 허무하게 사망하기도 했다.

창은 빠른 공격 속도와 뛰어난 회피 성능을 갖춘 무기다. 다른 두 무기와 달리 직전 가드시 적에게 반격 피해를 주는 스킬이 없지만, 대신 회피 후 반격에 보너스를 주는 스킬들이 있다. 적 기력을 깎아내는 기술들이 있어 전략적인 전투가 가능했다.

무기에 따른 선호도는 유저에 따라 다르겠으나, 필자가 플레이 할 때 가장 선호한 무기는 대검이었다. 일반 적과 보스에게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순간은 대개 2대 때리기엔 너무 짧고 1대만 때리기엔 너무 짧았는데, 그런 만큼 한방 피해가 큰 대검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만큼 빈틈이 많은 무기인 만큼 수없이 죽기도 했다.

스킬 트리는 총 4종류로, 무기별 스킬 트리 3개와 공용 스킬 트리가 제공된다. 무기별 스킬 트리는 해당 무기가 지닌 강점을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으며, 공용 스킬 트리는 투지 습득량 등 사용 무기와 무관하게 중요한 캐릭터 기초 성능을 보강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생각보다 스킬 포인트 수급량이 많은 편이지만, 해당 무기 운용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스킬(직전가드시 적에게 피해를 입히는 기술 등)도 전부 분리돼 있기 때문에 수급량만큼 소모량도 많았다. 자신이 어떤 무기를 사용할지

다행히 스킬을 무제한으로 초기화할 수 있어서 스킬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별도 스킬 초기화 아이템 없이 유저가 원할 때 스킬 포인트를 투자하거나 스킬을 초기화시킬 수 있다. 하긴 '던전앤파이터' 본편에서도 레테의 강물(스킬 초기화 아이템)이 삭제된 지 10년이 넘었으니, '퍼스트 버서커: 카잔'에서도 스킬 초기화가 자유로운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스킬을 한 번에 습득하는 기능이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무기를 바꿀 때마다 스킬을 하나하나 새로 습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원작 '던전앤파이터'에서도 이미 상황에 따라 스킬 트리를 바꾸는 스킬 스타일 개념이 있는 만큼, '퍼스트 버서커: 카잔'에서도 스킬 프리셋을 여럿 준비해 두고 유저가 필요에 따라 활성화 시키는 기능이 방식으로 구현된다면 더 매끄러운 게임 플레이가 가능할 듯했다.

필드 탐험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특히 길 찾기가 쉽지 않았다. 사다리 같은 특별한 오브젝트가 있지 않은 한 길이 대부분 비슷비슷해 보였고, 때로는 통로를 보지 못하고 지나치기도 했다. TCBT 빌드에서 체험해 볼 수 있는 맵이 비슷한 배경이 계속 이어지는 설산이나 유적지 등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화면에 상시 출력되는 미니맵 까지는 필요 없겠지만, 목적지를 가리키는 나침반이나 이미 탐험한 장소를 보여주는 전체 지도 정도는 추가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혹은 맵 곳곳에 유저가 이정표로 삼을 수 있는 오브젝트를 더 많이 배치해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도쿄게임쇼 2024에서 제공된 시연 버전보다 더 깊숙한 부분까지 알아볼 수 있던 TCBT였지만, 게임 시스템 중 일부를 확인했을 뿐 아직 게임 핵심 시스템을 모두 파악한 것은 아닌 만큼 게임 전체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너무 이른 시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대표적으로 상점과 제작 시스템이 있다. 일부 아이템 설명에서 상점과 아이템 제작 개념이 언급되나, TCBT 버전에서 상점이나 제작 관련 NPC가 등장하지 않아 해당 요소들이 게임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게임이 정식 출시되거나 추후 추가적인 테스트를 진행해야 알아볼 수 있을 전망이다.

게임 내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모두 간단히 수정할 수 있는 요소들이라는 건 희망적인 부분이다. 적 체력이나 공격 딜레이, 스킬 프리셋 시스템 등은 게임 핵심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는 요소들인 만큼 비교적 어렵지 않게 수정할 수 있는 부분이며, 이는 그만큼 기초적인 게임 시스템이 탄탄하고 재밌게 구성됐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도쿄게임쇼 2024에 출품된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시연한 뒤 든 생각은 '시연 버전은 재미있지만, 이 재미가 과연 끝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었다. 그리고 TCBT 버전은 최소한 베타 테스트 빌드까지는 그 재미를 유지했음을 증명했다.

과연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지금까지 도쿄게임쇼 2024 시연 버전과 TCBT 버전 두 빌드를 통해 선보인 재미를 정식 출시 버전에서도 게임 내내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