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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무협 마니아들의 갈증을 채워줄 한 잔, 연운

작성자 :	등록일 : 2025-08-04 오전 12:02:32

넷이즈는 산하 넷이즈 에버스톤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신작 오픈월드 RPG '연운' 파이널 베타테스트를 7월 25일부터 8월 1일까지 진행했다. 테스트 대상 플랫폼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5와 윈도우 PC(스팀)다.

유저는 '연운'에서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그러나 본인은 이를 알지 못하는) 강호초출이 되어 험난한 강호를 헤쳐나가야 한다. 그러나 '가장 두려운 악연은 내가 인지조차 하지 못한 과거부터 이어져온 악연'이라는 말과 같이, 어릴 때 사라진 삼촌 '강염'과 엮인 악연들과 마주하며 주인공의 삶은 180도 달라지게 된다.

'연운'은 10세기 중국을 배경으로 한 무협 게임이다. 무협이라고는 하지만 국네 무협 장르 팬들에게 익숙할 신(新) 무협이나 퓨전 무협과는 다른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는데, 이는 국내 무협 작품 중 상당수가 중국의 우협 소설가 '김용' 차령융 작가가 창작한 세계관(즉, 구(舊) 무협)을 기반으로 하는 반면 '연운'은 독자적인 무협 세계관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다만 작중에 등장하는 각 문파가 신 무협이나 퓨전 무협에서 등장하는 문파의 전형(아키타입)을 비틀어둔듯 한 설정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무협 장르 마니아라면 '아, 이 문파는 김용 세계관의 이 문파를 모티브로 했구나' 라는 점을 쉽게 깨달을 수 있다.

'연운'은 부분적으로 멀티플레이 콘텐츠가 제공되는 싱글플레이 게임이다. 최근 중국에서 개발되는 온라인 오픈월드 RPG들이 주로 채택하는 MORPG 방식을 떠올리면 쉽다. 기본적으로는 싱글 플레이로 진행되지만, 일부 콘텐츠에서 타 유저들과 협력할 수 있는 식이다. 싱글 플레이 중에도 타 유저가 남긴 표지판을 통해 힌트를 얻거나 반대로 다른 유저를 위해 표지판을 남길 수 있는 등 제한적인 멀티플레이 요소가 등장하기도 한다.

단순히 필드만 오픈된 것이 아닌, 캐릭터 육성 방향도 오픈된 점이 특징이다. 유저는 주인공이 어떤 무공을 익히고 어떤 무기를 주로 사용할지 직접 정할 수 있으며, 필드를 탐험하다가 불현듯 깨달음을 얻어 새로운 무공을 익힐 수도 있다.

또한 두 가지 무기를 빠르게 교체할 수 있고 같은 무기라도 무공에 따라 다른 효과를 제공하기 때문에, 잘 육성된 주인공은 그야말로 천변만화와 같은 무공을 펼치며 강호에 이름을 떨칠 수 있다. 동일한 무기 2개를 착용하고 무기별 스킬셋을 다르게 설정해 같은 무기를 사용하되 교전 스타일만 바꾸는 플레이도 가능하다.

기성 무협 장르에서 널리 알려진 무공과 '연운' 개발진이 창안한 무공이 합쳐져 상당히 다양한 무공이 등장한다. 또한 타 무협 작품에서 천대받던 무공이 등장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두꺼비가 도약하는 듯 한 자세를 취하는 무공인 합마공(인게임 명칭으로는 저주의 도약)이 있는데, 김용 작품에 언급된 근본 무공 중 하나임에도 기존 무협 게임이나 영상물에선 '멋있지 않다' 라는 이유로 제대로 묘사되지 않던 무공이다.

일부 무공은 유명 영화나 소설을 오마주하기도 했다. 예컨대 사자후는 기성 무협에서 맨몸으로 큰 소리를 내는 음공으로 묘사되나, '연운' 에서는 주성치 감독 작품인 '쿵푸 허슬' 에서 묘사와 유사하게 종 처럼 생긴 금속 도구를 활용해 소리를 증폭시키는 것 처럼 연출된다.

필드 탐험이 상당히 재미있는 게임이다. 맵 곳곳에 숨겨진 요소나 퍼즐이 많고, 다양한 기연도 마주칠 수 있다. 무협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또 기연 탐색 아니겠는가.

또한 튜토리얼을 끝낸 직후 시점의 주인공도 기본적인 경공을 익히고 있어 다단 점프가 가능하며, 높은 절벽도 빠르게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필드 탐험도에 따라 해금되는 콘텐츠도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필드를 탐험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권장된다.

한가지 특기할만한 콘텐츠는 AI 채팅 시스템이다. NPC와 대화에서 정해진 선택지만 고르는 게 아니라 유저가 직접 채팅을 쳐서 NPC 반응을 이끌어내고 NPC와 관계를 쌓아 올려야 한다.

AI 챗봇이 적용된 듯 하나, 일반 소비자에게 공개된 기성 AI 챗봇과 비교하면 출력되는 반응이 제한되어 있다. 또한 AI와 자연어로 소통하는 경험이 적은 유저를 위해 어떤 식으로 대화를 끌어나가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가이드라인이 제공된다. AI 채팅이라는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게임성을 해칠 수준으로 적용하지는 않은 셈이다.

다만 베타 버전에서는 성공적으로 대화를 끌어간 듯 해도 우호도가 상승하지 않는 문제가 있어 해당 시스템 완성도를 온전히 평가하기는 어려웠다. 정식 출시 전에 수정되어야 할 부분이다.

더빙이 중국어만 제공된 점은 아쉬웠다. 물론 무협 게임인 만큼 중국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주변 NPC 간에 이뤄지는 모든 대화가 자막으로 표시되지는 않기 때문에, 세계관에 몰입하고 스토리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한국어 더빙이 있는 편이 나아보였다. 개발진 역시 한국어 더빙에 관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는 만큼, 정식 출시 단계에서는 더 다양한 언어 더빙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번역 완성도가 높지는 않다. 번역기를 활용한 수준의 한국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번역이 그리 매끄럽지도 않다. 중국에서 창작된 무협 웹소설이 국내 웹소설 플랫폼에 처음 번역되어 들어올 때 볼 수 있던 번역 수준보다 조금 뒤떨어지는 정도다. 아마 현대 중국어가 아닌 고풍스러운 중국어 어투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듯 싶었다. 또한 음차와 완역이 혼용되기 때문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임 이해에 아주 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니었지만, 더빙과 마찬가지로 몰입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임은 사실이었다. 게임이 정식 출시될 때 까지는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추후 개선될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선협이나 기환무협 등을 모두 무협의 하위 분류로 따진다면, 무협이라는 장르는 국내 서브컬쳐 시장, 특히 웹소설 시장의 세 축(현대물, 판타지물, 무협물)을 이루는 대중적인 장르 중 하나다.

그러나 중국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으로 인해 동아시아 외 시장에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장르였으며,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 중에도 무협 세계관에 기반한 작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렇기에 '연운'은, 무협 게임에 목말라 있던 유저들이 목을 축일 수 있는 한 잔의 물 같은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한 잔으로 끝날지 혹은 수많은 무협 마니아들이 몰려들 수 있는 객잔이 될 수 있을지는 정식 출시 후 서비스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으나, 베타 테스트 기준으로는 충분히 그럴 가능성을 갖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