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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추억의 게임] 이 게임을 아시나요!!- 발더스게이트
작성자 : 등록일 : 2013-12-27 오후 4:43:35


1990년대 후반기를 생각해 보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PC패키지 게임 시장은 게이머들을 행복하게 하기 만들기 충분했지만, 분명한 딜레마가 있었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과는 달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성장은 그야말로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다양한 신기술의 접목으로 인해 시장의 성향은 점차적으로 달라지고 있었다.

게임 시장을 달라지게 만든 요인이자 포인트는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바로 네트워크의 발전과 브로드밴드 기술의 업그레이드라고 할 수 있다. 서서히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문화의 등장으로써 그로 인해 게임 환경도 점점 혼자서 하는 싱글 플레이보다는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는 게임들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PC통신에 이어 인터넷의 등장으로 불법복제 시장과 게임들의 무료 공유가 더욱 원활해 진 것은 차처 한다손 치더라도, 어쨌든 서서히 ‘혼자서 게임이 허락하는 세계관 내에서만 게임을 하는’게임들의 후퇴가 다가오고 있었다.

때문에 유저들은 더 높은 자유도, 그리고 더 많은 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게임을 찾았다. PC방의 등장으로 인해 다른 이들과 함께 게임을 하며 놀이를 즐기는 문화는 더욱 확대되어 갔고, 이런 와중에서 싱글플레이 게임들이 설 자리는 계속해서 없어졌다.

때문에 네트워크, 그리고 온라인 게임의 주목 속에서 많은 싱글플레이 패키지 게임들은 보다 더 넓고 세계관이 방대한, 그러면서도 자유도가 높은 게임들을 고안해 내기 시작했다. 물론 네트워크 시스템을 탑재한 경우도 많았지만, 게임 자체에 불확실성과 랜덤 시스템을 가미한 작품들이 다수 등장했던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유저들이 모여 생활을 하며 유저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게임’인 온라인 게임의 새로운 매력을 따라가지는 못했으니. 급격하게 게임의 대세는 자연스럽게 패키지 게임에서 온라인 게임으로 옮겨가고 있던 시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몰락하던 북미 판타지 RPG를 되살린 게임, 블리자드의 디아블로와 함께 다시금 북구 판타지 RPG의 우수성과 그 누구도 쉽게 하지 못했던 게임 시스템을 탑재해 온라인 게임 못지않은 자유도와 재미를 추구한 게임이 등장했다. 바로 지금부터 이야기하고자 하는 발더스게이트(Baldur's Gate�)이 그 주인공이다.



발더스게이트가 등장하던 시기는 세계 게임 시장에 JRPG들, 그러니까 일본에서 만들어지던 RPG들이 대세를 이루던 시기였다. 파이널판타지와 드래곤퀘스트라는 ‘괴물’의 연속적인 등장으로 인해 우락부락하고 선 굵은 북구 판타지를 기반으로 한 북미 생산 RPG들은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었다.

무엇보다 북구 판타지 RPG뿐만 아니라 RPG라는 장르 자체가 시장에서 서서히 고착화 되는 조짐이 보였었는데, FPS와 RTS등 점차적으로 새로운 재미를 강조하는 게임들이 등장하고 이들 게임들이 기본적으로 RPG가 가지고 있는 요소들을 모두 흡수한 채 등장하면서 시장은 RPG라는 게임 장르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 되고 있었다.



오랜 기간 동안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아 왔지만 다소 얽매여 있는 듯한 흐름을 바꿔줄 수 있는 새로운 RPG가 등장하지 못하는 것도 북미 RPG가 호응을 얻지 못하는 주원인이 되었다. 물론, 이런 흐름 소에서 등장한 북미 유명 패키지 게임메이커들의 연이은 명작 RPG들의 출시가 평가와 세태를 바꾸기 시작한 것은 어쩌면 다행인 일이었다.

그 선봉에 있었던 것은 역시 발더스게이트 이전에 발매된 블랙아일스튜디오의 폴아웃(Fallout�)이나, 혜성처럼 등장해 250만 카피를 팔아치운 블리자드의 디아블로(1996)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온라인 네트워크 기능을 탑재한 게임들이 마구 범람하던 시대에 그 동안 북미 PC게임메이커들이 이루어내지 못했던 ‘꿈의 시스템으로 온라인 게임 못지 않은 자유도를 추구한 발더스게이트는 북미 판타지 RPG게임의 부활의 ’화룡점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실 북미 패키지 게임메이커들, 아니 더 나아가 게임을 만든다고 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AD&D(Advanced Dungeons & Dragons)룰 도입은 오랜 기간 동안 ‘그림의 떡’이었다. 1970년 등장한 최초의 RPG자 판타지 세계관에 규칙을 도입해 게임화 한 최초의 RPG, 현존하는 모든 RPG의 부모 같은 존재인 TRPG 던전앤드래곤즈의 코어 시스템인 AD&D는 분명 그 태생에서 드러나듯 훌륭한 시스템임에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발더스게이트 이전 AD&D를 코어 게임 시스템으로 한 게임은 등장하지 못했다. 이유가 있었다. 사용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이었다.

AD&D는 기본적으로 똑같은 상황과 똑같은 공간, 똑같은 위치에서 어떤 장면을 마주했을지라도 매번 달라지는 결과를 도출해 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룰이다. 말하자면 랜덤성, 불확실성을 기본으로 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수준의 경우의 수와 게임 내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총 망라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장면 하나에 포함시켜 결과 값을 도출해 내는 과정이 필요했다. 날씨, 상황, 시각, 경험, 인간의 심리, 몬스터의 습성, 사고 등등. 주사위를 중심으로 하는 던전앤드래곤즈의 AD&D는 이런 결과 값을 매번 다르게 도출해 낼 수 있었지만, 당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던 게임물들은 이런 AD&D를 완벽하게 구현해 내는 데 무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AD&D를 적용하면 플레이어의 성향과 픒레이어가 어떤 성향을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진행방식이 크게 변화하고 파티를 이루는 아군 플레이어에 따라 발생하는 이벤트나 퀘스트가 달라지는 등, 게임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서 변수가 다수 발생하게 되는데 이것을 지금까지의 소프트웨어가 계산해 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발더스게이트는 AD&D를 과감하게 적용하면서 발매 전부터 그 결과에 비상한 관심을 모으게 했다. 우려도 있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개발진은 다른 게임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대사를 포함시켰고, 또 대화의 선택문을 통해 분기점을 만들어 플레이어의 성향을 게임 내에서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이로 인해 발더스게이트에서는 특정 NPC와의 대화를 통해 칭찬을 하느냐, 악담을 하느냐에 따라 NPC와의 관계가 완전히 갈리는 등의 결과가 나타났다. 선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퀘스트를 받는 것이 아니라 파티원들이 몰살을 당하는 대참사로 이어지기도 했으니, 그야말로 현재의 온라인 게임들도 하지 못하는 폭 넓은 결과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는 당시 인기를 끌고 있던, 획일적인 전개의 JRPG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었으니, 확실히 다른 매력에 많은 유저들이 흥미를 드러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발더스게이트의 ‘던전앤드래곤즈 오마쥬’는 AD&D로 끝나지 않았다. 바로 세계관 면에서도 던전앤드래곤즈의 캠페인 세팅 세계관인 포가튼 렐름을 채용해 방대한 세계관으로 유저들을 초대한 것이었다.

발더스게이트는 당시 발매되는 PC게임들 사이에서도 ‘괴물용량’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엄청난 수준의 용량을 자랑했다. 패키지가 CD 5장으로 구분되었으니, 1990년대 후반에서는 그야말로 다시없을 대용량이었다.

풀인스톨을 할 경우(풀인스톨을 하지 않으면 플레이를 할 때 CD를 자주 갈아 넣어야 했으니, 풀인스톨을 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2기가가 넘는 용량을 자랑했다. 당시 기준에서는 엄청난 수준임에 틀림이 없었다.



패키지의 볼륨이 크고 게임 용량이 큰 만큼 게임 자체의 볼륨은 굉장히 방대했는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중세 판타지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포가튼 렐름을 채용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포가튼 렐름은 게임 디자이너 에드 그린우드가 개인 캠페인으로 돌리던 것을 판타지 매거진인 ‘드래곤 매거진’에 연재물로 올리면서 그 인기를 바탕으로 1987년 출간된 것이 시초인데, 이후 던전앤드래곤즈의 개발사인 TSR이 접촉해 그 설정을 기반으로 해서 만들어진 엄청나게 큰 판타지 세계관이다.

판타지에 상상할 수 있었던 것들은 모두 있었던 세계관을 무대로 한 포가튼 렐름을 기반으로 만들어 진 만큼, 발더스게이트의 세계관은 그야말로 엄청나게 방대했다. 던전앤드래곤즈의 포가튼 렐름은 단순히 몇 줄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넓은데(포가튼 렐름에 대해서는 이후 추억의 게임에서 세밀하게 다뤄 보도록 하겠다), 게임의 주요 무대가 되는 것이 포가튼 렐름에 등장하는 페이룬 대륙이고 게임의 주요 후반 활동 무대가 되는 곳이 바로 하트랜즈 지역의 발더스게이트였던 점이 부각되어 결국 이것이 게임의 이름이 되었다. ‘게임의 이름을 결정짓게 하는 세계관’이었던 만큼 그 훌륭함은 더 말하지 않아도 대단한 것이었음에 틀림이 없었다.



당시 인기를 끌고 있던 RPG들은 등장인물들이 싫든 좋든 게임이 제공하는 대로 선택해서 게임을 플레이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 게임 내에 시스템으로 존재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당시에는 커스터마이징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시대였다.

발더스게이트는 그런 면에서 다른 RPG들과 ‘뭔가’를 달리하고 있었다.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도 AD&D룰을 적용, 머리색부터 피부색까지 모든 부분을 커스터마이징 했던 것이다. 종족이니 직업 역시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매우 다양하다. 획일화 된 당시의 RPG들과는 차이를 둔, 당시에는 그야말로 파격임에 틀림이 없었다.



뿐만 아니라 플레이어의 성향도 선택할 수 있었다. 선과 중립, 악함을 정할 수 있었는데, 그에 따라 NPC의 반응이 달라지는 등 다양한 면을 갖추고 있었다. 만약 플레이어가 질서와 선함을 중시하는 팔라딘 직업을 선택하면 마을 주민, 왕궁 등에서는 호의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지만, 도둑 소굴로 들어가면 그야말로 배척 1순위가 되는 것이다. 당연히 매번 게임을 할 때마다, 그리고 매번 다른 타이밍에 NPC를 찾을 때마다 다른 상황들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방대한 자유도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캐릭터의 성향과 직업, 생김새가 모두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결정되는 만큼 무기 또한 직업에 따라 제한이 걸렸는데, 이 대목에서는 레벨을 올렸을 때 스킬포인트를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무기를 다룰 수 있는 숙련도가 갈렸다. 물론, 어떤 무기를 쓰는 캐릭터가 되느냐에 따라 세계관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사실 많은 게임메이커들이 AD&D의 우수성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섣불리 게임에 적극 도입하지 못했던 이유는 전투적인 측면이 컸다. AD&D룰의 전투는 TRPG를 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었다. 때문에 전투를 하기 위해서는 다이스, 즉 각면체의 주사위를 굴려야 하는데, 전투의 타격값이나 마법의 위력값 등을 구할 때마다 주사위를 굴린다면 전투의 재미가 떨어질 것임이 자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전투에서 AD&D룰을 배제하고 액션을 가미한다면, AD&D의 영향력이 가장 많이 미쳐야 하는 전투는 AD&D와는 완전히 상관이 없게 된다. 이렇게 된다면 AD&D를 게임에 도입했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 되는 것이다. AD&D의 전투는 명중률, 주위 환경, 마법 캐스팅 시간, 날씨, 엄폐물의 존재, 실내외의 유무 등 수많은 조건들이 고려되어야 하는 부분인 만큼 액션을 중시한다면 AD&D와는 전혀 상관 없는 게임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발더스게이트는 이런 딜레마를 완벽하게 해결해 냈다. 바로 인피니티 엔진의 존재 때문이었다. 이로 인해 언제 어디서든지 주사위를 굴린 것처럼 다양한 상황의 결과값을 랜덤하게 도출해 낼 수 있었으며, 그로 인해 발더스게이트의 전투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면서도 AD&D를 구현해 낼 수 있었다.

발더스게이트에서 캐릭터가 공격을 할 경우, 인피니티 엔진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아위를 굴려 명중률과 데미지를 결정한다. 물론, 이는 몬스터나 NPC가 전투를 할 때에도 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AD&D의 형식을 고스란히 지니면서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전투를 즐길 수 있었다.



사실, 발더스게이트의 가장 큰 단점은 당시 PC게임들 중에서도, 그리고 RPG중에서도 ‘엄청나게 어려웠던’난이도라고 할 수 있었다. 데미지와 명중률이 고정되지 않고 아무리 강해도 포위를 당하면 안드로메다로 직행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기 때문에 섣불리 게임에 덤벼들었다가 게임 진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도 했다. RPG를 처음 하는 유저들은 도저히 알 수 없는 복잡한 요소들이 많았고, 너무 많은 퀘스트와 넓은 맵, 그리고 수많은 지역들로 인해 ‘스토리를 따라만 가면 무난히 클리어를 할 수 있었던’획일적인 JRPG에 익숙해 진 유저들을 혼란스럽게 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더스게이트가 개척한 새로운 길에 유저들은 ‘도전’을 택했으니.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그것을 이해하고 또 방대한 세계를 여행하는 재미는 다른 RPG들에서 맛볼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국내에서도 발더스게이트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는데, 1998년 연말 발매되어 1999년 1월 영문판이 출시가 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그렇게 큰 인기는 끌지 못했다. 엄청난 텍스트와 룰 설명을 해석하면서 게임을 할 이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해 여름에 당시에는 게임 유통도 하던 삼성전자가 한글판을 출시했고, 영문판 구매자들에게 1번 CD를 한글판으로 바꿔주는 정책을 단행하며(한글을 출력하게 해주는 실행 파일과 게임 내 텍스트가 들어 있는 파일이 1번 CD에만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한글판으로 컨버전을 시켜 준 것이다), 발더스게이트는 엄청난 속도로 인기세를 붙여 나갔다. 한글판 발매 당시 ‘없어서 못 팔정도’라고 했었으니 말이다.

한편, 발더스게이트가 전 세계적으로 히트를 하며 AD&D를 성공적으로 접목한 게임이 된 뒤, PC게임에서 AD&D룰의 도입은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아이스윈드데일, 네버윈터나이츠, 플레인 스케이프 토먼트 등 AD&D룰을 적용한 많은 게임들이 등장하게 되었고, 발더스게이트 또한 보다 출중한 시스템과 더욱 스마트해 진 후속작을 만들어 내며 AD&D의 우수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해 내니, 그야말로 발더스게이트는 RPG의 조상을 다시금 각광받게 한 역사적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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