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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누리는 어른의 특권,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더블 익스포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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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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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4-12-18 오후 5:26: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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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에닉스는 덱 나인 게임즈가 개발한 신작 어드벤처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더블 익스포저'를 10월 30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플랫폼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5,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시리즈 X|S, 닌텐도 스위치다. 정식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며, 국내 심의기관으로부터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부여받았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더블 익스포저'는 시리즈 최신작이자 정규 시리즈 네 번째 작품으로, 정식 한국어 번역이 제공된 첫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이전 작품들과 달리 2015년 1월 30일 출시된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첫 작품에서 이어지는 스토리를 다루며, 따라서 시리즈 첫 주인공인 맥신 콜필드(맥스)가 다시 한번 주인공으로 나서게 된다.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더블 익스포저'에서, 유저는 성인이 된 맥스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된다. 전작의 모험이 끝난 뒤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극소수의 친구만 곁에 둔 채 살아가던 맥스였으나, 어느 날 친구 사피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애써 잊고 살던 시간을 되돌리는 초능력 대신 평행 세계로 넘어가는 초능력을 깨닫게 된 맥스는 다양한 세계를 넘나들며 사피를 살릴 방법을 찾아 나선다.
사건의 진상을 추리하며, 유저는 다른 세계에서 물건을 가져와 활용하거나 다른 세계에 있는 인물에게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평행 세계의 동일인'을 만나기도 하고, 본래 세계와 평행 세계 간 차이에 놀라 당황하기도 한다.
평행 세계를 대하는 맥스의 태도는 컴퓨터 게임을 하는 유저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즉, 자신이 사는 세계가 아니라는 자기 합리화 속에서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일들을 벌인다. 마치 궁금하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선택지를 골라보는 유저처럼, 맥스는 평행 세계 속에서 다양한 거짓말과 도둑질은 물론 타인의 아픈 과거를 헤집거나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고 놀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행위가 맥스의 트라우마와 상충한다는 점에서 조금 위화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맥스가 지닌 트라우마의 근원은 '마음대로 시간을 가지고 놀았다가 나비효과로 인해 끔찍한 결과가 발생함'이다. 그러나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더블 익스포저'의 맥스는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평행 세계 속 인물들에게 악행을 저지른다.
캐릭터성을 해치는 오류라고 보기는 어렵다. 어쨌든 목적을 위해 수단을 정당화하고 그 과정에서 자기합리화하는 건 어른의 특권이니까 말이다. 맥스는 이제 전작의 사춘기 소녀가 아니라 다 큰 성인이고, 친구를 살린다는 '대의'를 위해 자기 자신조차 속이는 것 역시 충분히 일어날법 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유저에게 악행을 강요하는 선택지가 종종 등장한다는 점이다. 유저가 어쩔 수 없이 안 좋은 선택지를 고르면 그 뒤에 '당신의 선택이 낳은 끔찍한 결과를 봐라' 라며 유저를 책망한다. 전작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는 엔딩 장면에서 유저에게 끔찍한 선택을 강요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선택지가 게임 내내 반복된다.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스토리 전반에서 맥스가 성인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기는 어려웠다. 초능력마저 제대로 사용할 수 없게 될 정도로 트라우마에 갇혀 성장한 아이가 어른이 되어봤자 얼마나 성숙해졌겠느냐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지나치게 아이 같다는 느낌을 받곤 했다.
또한 일부 선택지에서는 전작에서 맥스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인 클로이의 행적을 부정하거나 맥스와 클로이의 관계를 별 것 아닌 것으로 취급하게 되는데, 전작 스토리에서 클로이가 어느 정도 입지를 차지하고 있었는지 기억하는 유저들이 느끼기에는 전작 스토리를 완전히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스토리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나머지 부분에서는 전반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선보였다. 공식적으로는 어드벤처 장르를 표방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퍼즐이 가미된 인터랙티브 무비에 가까운 작품인 만큼 캐릭터를 정면에서 바라볼 일이 많은데, 인물 텍스쳐 완성도가 높고 캐릭터 시선 처리 등이 자연스럽게 묘사돼 게임에 몰입하기 쉬웠다.
이외에도 상황에 걸맞은 사운드트랙과 평행 세계라는 설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공간 활용, 작중 캐릭터(특히 주인공인 맥스)를 연기한 배우들이 선보인 자연스러운 연기과 대사 등 다양한 장점을 갖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 부제인 '더블 익스포저'는 사진 용어로 '이중 노출'이라는 뜻이다. 이미 사진을 찍은 필름 위에 다른 사진을 찍어 두 사진이 겹쳐지는 상황을 뜻한다. 현실 위에 평행 세계의 풍경을 덧씌우고 아예 그 세계로 넘어갈 수도 있는 게임 내 퍼즐을 뜻하는 제목이겠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니 맥스의 상황 그 자체를 의미하는 제목으로 여겨졌다.
맥스는 성인이 됐다. 그러나 그 안에는 트라우마에 짓눌려 성장하지 못한 사춘기 소녀가 있다. 그렇기에 맥스의 행동은 때로는 모순적이고, 때로는 유저를 괴롭게 한다. 이중 노출된 사진처럼 두 맥스가 서로 섞이지 못한 채 모두 표출되기에, 게임 스토리는 유저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렇기에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 더블 익스포저'를 무조건 추천하기는 어렵다. 특히나 전작에 대한 추억을 가진 유저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나 맥스와 클로이가 1편 뒤에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한 유저라면, 플레이해서 나쁠 건 없는 게임이기도 하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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