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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완전판이자 후속작, 진·여신전생5 Vengeance

작성자 :	등록일 : 2024-06-21 오후 4:38:00

세가 퍼블리싱 코리아는 세가 산하 아틀러스가 개발하고 자사가 국내 유통하는 '진·여신전생5 Vengeance'를 6월 14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플랫폼은 닌텐도 스위치 및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S) 4·5,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시리즈 X|S다. 공식 한국어 자막을 제공하며, 국내 심의기관으로부터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부여받았다.

'진·여신전생5 Vengeance'는 2021년 11월 11일 출시된 '진·여신전생5' 완전판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신규 스토리 '복수의 여신 편'이 추가됐으며, 적이자 동료 캐릭터로 등장하는 악마 다수가 새로 등장하며 게임 플레이가 한층 다채로워졌다. 이외에 유저 편의 시스템도 다수 제공된다.

스토리는 원작 스토리인 '창세의 여신 편'과 확장팩 추가 스토리인 '복수의 여신 편'으로 나뉜다. 단순히 새로운 엔딩 분기가 추가되거나 새로운 퀘스트가 추가되는 수준이 아니라 게임 시작 시점부터 이야기 전개가 조금씩 달라진다. 초반부는 등장인물이 한명 추가됐을 뿐 큰 변화가 없으나, 중반부터는 아예 다른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원작 출시 당시 '창세의 여신 편'이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점과 달리, '복수의 여신 편'은 주인공 일행이 비교적 적극적으로 사건에 개입하는 등 스토리 완성도가 상승했다. 다만 유저가 '창세의 여신 편'을 이미 플레이 했다는 전제 하에 일부 용어나 개념에 대한 설명이 생략되기 때문에, '복수의 여신 편'만을 즐기기는 쉽지 않다.

'복수의 여신 편'이 그 자체로 게임 한편 분량 스토리를 갖추고 있고, '창세의 여신 편'과 분리되는 IF 스토리를 다룬 만큼 '진·여신전생5 Vengeance'는 시스템 측면에서는 완전판, 스토리 측면에서는 후속작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시작 지점이 동일한 만큼 멸망해버린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는 사실은 차이가 없으며, 이에 따라 두 스토리 모두 전반적으로 어두운 내용으로 전개된다.

난이도는 캐주얼, 노멀, 하드 세 종류가 제공된다. 무료 DLC를 통해 매우 쉬운 난도인 세이프티를 추가할 수 있다. 난도가 높아질수록 가하는 피해가 줄어들고 받는 피해가 늘어나는 방식이다. 하드 난도에서는 적 회피 및 명중률 증가, 아군 도주 성공률 감소 등이 추가로 적용된다.

기본적으로 노말 난도가 타 게임 하드 난도와 유사한 수준으로 어렵다. '진·여신전생3 녹턴'이나 '진·여신전생3 녹턴 HD 리마스터', 혹은 원작을 플레이 해본 유저라면 처음부터 하드 난도로 플레이해도 무방하지만, '여신전생' 시리즈 플레이가 처음인 유저라면 첫 플레이 시 난도는 노말이 가장 적절하다.

또한 특정 조건을 만족할 경우 추가 난도 옵션인 '창생'이 추가된다. 클리어 데이터를 인계해 새 게임+를 시작할 때 '신생'과 '전생' 외에 '창생'이 추가되는 방식이다.

창생 모드는 전생 모드와 마찬가지로 카무이와 소지 아이템, 재화, 동료 악마 등이 모두 인계된다. 대신 적 레벨이 최대 150까지 확장되며, 이에 따라 튜토리얼에 등장하는 몬스터가 300이 넘는 힘 능력치를 보유하는 등 모든 적이 대폭 증가한다. 창생 세이프티나 창생 이지 난도는 무난한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창생 하드 난도는 '고난의 행군'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힘든 플레이를 요구한다.

기본적인 플레이타임이 상당히 길다. 유통사인 세가는 '창세의 여신 편' 80시간에 '복수의 여신 편' 80시간으로 총 160시간에 달하는 플레이타임이 제공된다고 알렸으나, 플레이 성향에 따라서는 수백시간이 넘게 소요될 수 있다.

특히 하드 난도를 선택한 경우 플레이타임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극초반부터 파티가 전멸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캐릭터를 충분히 육성해야 하는데, 하드 난도 특성상 매 교전이 길어져서 육성 자체에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모든 도전과제를 획득하기 위해서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편이다. 우선 '창생 '창세의 여신 편'과 '복수의 여신 편'을 통틀어 총 6개에 달하는 엔딩을 모두 확인해야 하며, 그 중 최소한 한 번은 창생 모드로 클리어 해야 한다.

특정 엔딩을 달성한 뒤 세이브 데이터를 인계해야만 합체할 수 있는 악마도 존재하기 때문에, 악마 전서 100% 업적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동일한 세이브 데이터로 여러 엔딩을 모두 달성해야 한다. 엔딩 분기 직전에 세이브하고 불러와서 엔딩만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길찾기 요소도 플레이타임을 늘리는 요소 중 하나다. 다음 지역으로 넘어가는 유일한 통로가 다른 오브젝트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고, 고지대에서 저지대로 뛰어내리는 일방통행 이동이 정규 이동 경로인 상황도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길을 해멜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원작과 비교해 현재 지형을 조감도 형태로 보며 길을 찾을 수 있는 '하늘 위 시야' 기능이 추가됐고, 미니맵에 지형 고저차가 제대로 표시되도록 바뀌면서 길 찾기가 비교적 쉬워졌다. 숏컷 기능인 마가츠로까지 추가되면서 길 찾기에 소모되는 시간이 한층 감소했다.

다만 원작에서 가장 크게 비판받았던 지역인 마왕성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유저들 사이에서 '해당 지역 디자이너 출근길을 저런 식으로 만들어야 다시는 저런 맵을 안 만들 것이다' 라는 평가를 받았던 지역인 만큼 완전판에서는 일부 수정되기를 바랬으나, 아쉬울 따름이다.

'여신전생' 시리즈를 상징하는 요소 중 하나인 악마합체 시스탬도 개선됐다. '여신전생' 시리즈는 적으로 등장하는 악마를 설득해 동료로 만들거나 재화를 얻어내고 이렇게 동료가 된 악마를 합체시켜 더 강한 악마로 만드는 시스템이 핵심인데, 신규 악마가 다수 추가되고 관련 편의성이 강화됐다.

악마 합체는 말 그대로 두 악마를 합쳐 새로운 악마 하나로 만드는 시스템이다. 합체 소재가 지닌 스킬 중 일부를 합체 결과물에게 계승해줄 수 있다. 합체 결과는 일정한 공식을 따르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스킬을 지닌 악마를 어떤 식으로 합체해서 최종 결과물에 계승시켜 줄지 철저히 계산해야 하는 재미가 있다.

악마 설득 시스템 자체도 강화됐다. 설득 과정에서 나오는 선택지 패턴이 늘어났고, 특정 악마끼리 대면시키면 나타나는 특수 대화가 늘어나거나 실루엣만 보고 어떤 악마인지 맞추는 퀴즈가 제시되는 등 간단한 미니 게임도 등장한다.

신규 시스템 '악마의 뒤뜰'은 새로운 육성 기회를 제공하는 시스템이었다. 파티에 합류한 악마들과 회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악마와 호감도를 쌓아 레벨업 없이도 능력치를 올리거나 새로운 스킬을 익히도록 할 수 있었다. 이미 만들어진 악마를 육성하기가 쉽지 않은 게임 특성상 상당히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다.

해당 악마 배경 스토리를 알 수 있는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악마의 뒤뜰'에서만 발생하는 퀘스트가 발생하기도 하기 때문에, 최대한 적극적으로 여러 악마를 영입해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었다.

DLC 중 신규 악마를 추가해주는 DLC들은 '사면 편하고 안 사도 그만' 정도로 그친다. DLC 악마들이 전용 기술 연출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다른 악마들보다 뛰어나기는 하지만, 성능이 압도적으로 뛰어난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원작에서 필수 구매 DLC로 여겨지던 '인수라와 9명의 마인' 콘텐츠도 무료 제공되는 만큼 더더욱 DLC 구매 필요성이 하락한 셈이다.

다만 재화 아이템 수급몬스터를 출현시켜주는 '미타마 카구라' DLC 삼종은 구매를 고려해볼만 했다. 특히 캐릭터 육성이 버거워지는 고난도일수록 레벨업 아이템을 확정 획득할 수 있는 '미타마 카구라: 경험의 춤'이 뛰어난 효율을 보였다.

물론 이런 류 DLC들이 흔히 그렇듯 남용할 경우 게임 재미 자체를 크게 해치는 DLC이긴 했지만, 고난도 환경 특유의 전투 재미는 즐기고 싶으나 캐릭터 육성에 긴 시간을 소모하기는 어려운 유저들에게 도움이 될 듯 했다.

전투 시스템은 전통적인 프레스턴 시스템을 채택해 '여신전생' 시리즈에 익숙한 유저라면 금방 적응할 수 있으나, 반대로 초심자에게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프레스 턴 시스템이란 턴 시작시 파티원 한 명당 하나씩 행동 횟수를 제공하고 이를 턴 아이콘으로 표시해주는 시스템이다. 행동 결과 적 약점을 찌르거나 크리티컬을 발생시키면 턴을 절반만 소모하나 반대로 공격이 빗나가거나 무효화되면 두 배로, 흡수당하면 전부 소모하는 방식이다.

고난도에서는 적 능력치가 아군을 상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성관계를 파악하고 프레스 턴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하 여러 번 행동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고안할 필요가 있다.

또한 버프/디버프 기술 중요도가 타 게임보다 매우 높은 '여신전생' 시리즈 특성을 눈치채지 못한다면 전투가 지나치게 어렵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이라면 기본 능력치가 높고 기술 배치가 까다로운 '인수라와 아홉 명의 마인' 퀘스트에 등장하는 보스들을 상대하며 익히게 되지만, 초반에 눈치채지 못한다면 후반 보스를 상대할 때는 게임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스위치 독점으로 출시된 원작과 달리 PC와 PS5로도 출시되며 현세대 게이밍 콘솔에 맞춘 성능 업데이트가 이뤄진 점도 특징이다. 기기 성능에 차이가 있는 만큼 해상도나 프레임레이트 측면에서는 PC 버전이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였으나, PS5 버전도 원작과 비교하면 매우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다만 하드 난도로 선택한 유저에게는 여전히 스위치가 매력적인 플랫폼이 될 수 있다. 상술했듯 '진·여신전생5 Vengeance'는 고난도로 갈수록 캐릭터 육성을 위해 소모되는 플레이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대중교통 이용시간이 긴 유저라면 이 시간 동안 캐릭터 육성을 진행할 수 있다.

'여신전생' 시리즈는 일본 게임 시장을 대표하는 RPG 프랜차이즈 중 하나고, '진·여신전생5 Vengeance'는 분명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러나 게임 난도가 매우 높은데다가 캐릭터(악마) 육성에 긴 시간을 들여야 하며, 세계가 이미 멸망한 뒤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스토리 분위기도 많이 어두운 편이다. 이런 요소가 정확하게 취향인 유저라면 몰라도, 유저에게 고루 권하기는 어려운 게임이기도 하다.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만한 게임인 셈이다.

다만 게임 완성도가 높은 만큼, 아직 '여신전생' 시리즈를 접해보지 못했거나 '페르소나' 시리즈로 처음 접한 뒤 본가 '여신전생'이 궁금해진 유저라면 이 기회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미 원작을 해본 뒤 같은 게임을 두 번 구매하기 꺼려지는 유저도 구매를 고려할만 하다. 시스템적으로 원작에서 개선되거나 추가된 부분이 적지 않고, 신규 스토리 '복수의 여신 편' 만으로 게임 한편 분량 스토리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페르소나 2 죄'와 '페르소나 2 벌', 혹은 '진·여신전생4'와 '진·여신전생 FINAL' 간 관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