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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액션 타워디펜스라는 독특한 조합, 쿠니츠가미: 패스 오브 더 가디스

작성자 :	등록일 : 2024-09-01 오후 10:50:05

캡콤은 자체 제작한 신작 '쿠니츠가미: 패스 오브 더 가디스(이하 쿠니츠가미)'를 7월 19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플랫폼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PS) 4·5,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ONE·시리즈 X|S, 윈도우 PC(스팀)이다. 정식 한국어 자막을 지원하며, 국내 심의기관으로부터 12세 이용가 등급을 부여받았다.

'쿠니츠가미'에서, 유저는 산신령이 내린 사자 소우가 되어 무녀 요시로와 함께 '케가레(더러움)'을 정화하는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유저는 케가레를 퍼뜨리는 괴물 '이코쿠'를 무찌르고, 한때 산신이었다가 타락한 보스 이코쿠가 훔쳐간 11개의 가면을 손에 넣어 화북산을 정화하는 여정에 나선다.

스토리가 크게 중요한 게임은 아니다. 선악 관계는 너무나 명백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직관적이다. 사소한 감정 갈등이 끼어들기에는 소우와 요시로가 맡은 책임이 너무나 무겁다. 결과적으로 스토리보다는 액션과 전략성에 치중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 전반에서 일본어를 그대로 음차 해서 사용하는 단어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인에게 익숙한 괴물인 '아귀'가 일본식 발음대로 '가키'라고 쓰이는 식이다. '케가레'나 '이코쿠' 같은 고유명사는 익숙해지면 그만이지만, '키마이타치(낫족제비)'나 '붓포소(귀곡새)' 같이 국내에서 통용되는 번역명이 있는 이코쿠들도 이름이 음차 돼 있기 때문에 이름만 듣고 해당 이코쿠의 특성 등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게임 진행은 크게 낮과 밤으로 나뉜다. 낮에는 소우를 조작해 주변을 정화하고 밤에는 요시로를 향해 달려드는 이코쿠들을 물리치거나 보스 이코쿠와 싸우게 된다. 시간은 자동으로 흐르지만, 낮에는 유저가 시간을 빠르게 감을 수 있다.

지역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낮 동안 요시로를 기둥문으로 인도해야 한다. 소우가 기둥문을 향한 영도를 그으면 요시로가 천천히 이동하는데, 기둥문에 도달하지 않았다면 유저가 별도로 정지 지시를 내리거나 밤이 되면 정지한다.

밤이 되면 기둥문에서 이코쿠가 쏟아져 나온다. 이코쿠는 소우가 직접 처치하거나 구출한 마을 주민들을 전사로 전직시켜 방어할 수 있다. 요시로가 밤이 될 때 까지 기둥문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다면 방어하기 좋은 장소에서 정지시키는 전략성이 요구될 때도 있다. 예컨대 텅 빈 허허벌판에서 멈춰버린다면 요시로를 보호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화한 마을은 거점이 되며, 마을 주민들에게 부탁해 마을을 수리할 수 있다. 마을 복구에 걸리는 시간은 스테이지를 클리어 할 때마다 흘러가며, 복구 보상으로 산령이나 보조 장비 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거점을 돌며 꾸준히 복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산신령이 내린 신장(神將) 소우는 강력한 존재다. 혼자 수백에 달하는 이코쿠를 무찌를 수 있으며, 강대한 보스 이코쿠와도 겨룰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코등이를 장비해 공격 스킬을 강화할 수 있고, 마상을 장비해 독특한 패시브 효과를 발동시키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강화시킬 수도 있다.

일부 마상은 소우 근처에 꽃이 피어나게 하거나 소우가 적을 공격할 수 없게 만드는 등 아무 효과도 없거나 오히려 게임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게임을 더 어렵게 즐기고 싶은 유저라면 능동적으로 난도를 변경할 수 있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사실 액션 완성도가 아주 높은 편은 아니다. 모션에 따라 이미 입력한 키가 무시되거나 오입력돼 원하는 기술이 발동되지 않을 때도 있었고, 키 입력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거나 화면 회전이 굼뜨다는 문제도 발생했다.

튜토리얼 전투에서 보스 이코쿠를 쓰러트리지 못하고 도주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 속세 전체가 카가레에 물든 시점에서 소우 혼자 모든 전황을 뒤집기는 어렵다. 제아무리 화북산을 정화하고 소우를 강화해도 소우 혼자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으며, 그렇기에 여정을 도와줄 이들이 필요하다.

소우는 마을에서 구출한 주민들을 전투에 동원할 수 있다. 마을 주민들은 기본적으로 그 마을에 종속된다. 즉, 명광령에 거주하는 주민은 명광령이나 그 인근 보스 전투에만 동원할 수 있고, 구족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구족림이나 그 인근 보스 전투에만 동원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마을 주민들을 전직시킬 때 병력 구성을 어떻게 짤지 고민해야 한다.

게임을 시작할 때는 나무꾼으로만 전직시킬 수 있지만, 보스 이코쿠를 처치하고 산신의 가면을 얻으면 새로운 직업이 개방된다. 원거리 공격수인 활잡이, 이코쿠를 느리게 만드는 수행자, 거대한 대포를 발사해 적 다수를 처치하는 대통잡이 등 다양한 직업이 마련돼 있다.

주민 전직에는 케가레를 정화하거나 적을 처치해 얻을 수 있는 재화인 결정이 소모된다. 직업이 지닌 성능이나 잠재력에 따라 전직 비용이 다르고, 무엇보다 영도를 그을 때도 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정 배분이 중요했다.

조작은 키보드-마우스보다는 게임패드가 편했다. 적은 버튼만 사용해도 원활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메뉴를 잘게 나눠두는 등 최초 개발 단계부터 게임 패드 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개발했다는 느낌이 드는데, 키보드-마우스 조작에 결격사유가 있다기보다는 말 그대로 게임 패드가 더 편할 뿐이니 취향에 맞는 조작 체계를 선택하면 된다.

사실 게임 패드로도 전반적인 조작감이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소우를 조작하는 액션 파트는 무난했지만, 게임 플레이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마을 주민을 배치하고 치료하는 등 전략 플레이를 할 때 버튼 순서를 헷갈리기 일쑤였다.

자잘한 로딩이 많은 게임이기도 하다. 거점에 들어가고 나올 때, 다른 맵으로 이동할 때 모두 로딩을 거쳐야 한다. 초반에는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보상을 얻기 위해 여러 거점을 연속해서 방문해야 할 경우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했다.

시인성이 조금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다소 부족한 그래픽 완성도를 화려하고 독특한 색감으로 메꾸는 느낌인데, 채도가 높은 보라색과 붉은색, 그리고 전반적으로 쨍한 느낌의 색상들이 한데 모여 시인성을 떨어트렸다. 특히 낮 시간대에 정화되지 않은 마을을 탐험할 때 오브젝트를 쉽게 식별하기 어려웠다.

케가레를 정화한 지역에서는 이런 색감 문제를 겪을 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세상에 있어서는 안 될 것들이 속세를 위협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적인 색 선택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쿠니츠가미' 핵심 게임 플레이는 아직 정화되지 않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만큼, 제한된 낮 동안 많은 것들을 해결해야 하는 유저 입장에서는 거추장스러운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회차 플레이를 요구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클리어 후 회차 플레이를 진행하면 더 높은 난도를 즐길 수 있으며, 스테이지에 따라 추가 미션이 제공되기도 한다. 1회차 만으로는 모든 업그레이드를 달성할 수 없고, 2회차에는 엔딩이 달라지기도 하는 만큼 최소한 2회차 플레이가 권장된다.

3회차부터 9회차까지는 회차 보상으로 마상을 얻을 수 있다. 다행히 모든 마상을 모으는 도전과제는 없기 때문에, 인게임 요소를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즐기고 싶은 유저가 아니라면 억지로 게임을 플레이할 필요는 없다.

'쿠니츠가미: 패스 오브 더 가디스'는 독특한 게임성을 자랑하는 수작이다. 액션과 전략 모두 그 자체로 완성된 게임성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서로 다른 게임성을 지닌 두 장르를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해 약점을 보완했다.

다만 일본 신화라는 배경을 살리기 위해서인지 일본어를 단순 음차 한 용어가 지나치게 많아 직관성이 떨어진다는 점, 로딩이 너무 잦아 게임 플레이 중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다는 점 등 명백히 단점으로 여겨지는 부분도 갖춘 작품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