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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 고전과 현대의 결합,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

작성자 :	등록일 : 2024-08-27 오후 4:40:13

네오위즈 산하 파우게임즈가 개발하고 네오위즈가 유통 예정인 신작 모바일 RPG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가 8월 28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정식 출시 되기 전 게임 초반 구간을 미리 플레이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는 일본 니혼팔콤이 개발하는 RPG 시리즈인 '영웅전설' 시리즈 중 3편 '하얀마녀', 4편 '바다의 함가', 5편 '주홍물방울'을 하나로 묶어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 스토리를 최대한 그대로 담되, 일부 내용은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리메이크 됐다. 원작사 검수 하에 오리지널 스토리도 일부 추가된다.

게임 플레이는 고전적인 일본식 RPG 플레이와 현대식 부분 유료화 RPG를 결합한 방식이다. 새로운 캐릭터는 무작위 유료 뽑기로 얻어야 하지만, 캐릭터 장비는 인게임에서 획득하거나 인게임 재화를 소모해 상점에서 구매해야 한다.

캐릭터 강화 재료를 획득할 수 있는 재료 던전 같은 '숙제' 콘텐츠가 없는 건 아니지만, 오늘날 싱글 플레이 RPG들도 재료 획득을 쉽게 해주는 DLC를 판매하곤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건 전통적인 RPG가 아니야!'라고 화낼만한 요소는 아니다. 게임 플레이에 따라 '숙제' 콘텐츠를 버튼 한 번으로 끝낼 수 있는 소탕권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게임 진행은 스토리 진행과 스테이지식 전투 두 가지로 나뉜다.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전투 스테이지 일정 이상 진행을 요구하고, 전투 스테이지만 진행할 경우 스토리 진행을 요구하는 식이다.

비록 스테이지식 전투지만, 유저가 필드를 직접 이동하면서 적 심볼과 상호작용해 전투에 돌입하는 방식이다. 전통적인 스테이지 방식 전투를 RPG식 심볼 인카운터 전투와 혼합한 셈인데, 이것만으로도 게임 몰입감이 크게 증가했다.

전투 스테이지 진행 중 정규 스테이지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동굴 같은 외지에서 필드 보스를 발견할 수 있다. 일반적인 적보다 훨씬 강한 대신 강력한 장비 같은 귀중한 전리품을 얻을 수 있는데, 강적과 맞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싱글 플레이 RPG 시스템을 간략화한 형태로 구현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고전 '영웅전설' 시리즈가 그랬듯 전투는 가벼운 편이다. 기본적으로 이동이나 공격은 자동으로 진행되며, 유저는 스킬 발동 타이밍만 맞추면 된다. 자동 전투 기능을 설정할 경우 마나가 모두 충전될 때마다 캐릭터가 자동으로 스킬을 발동한다.

스킬 설계도 자동 시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예컨대 아군을 강화하고 MP를 회복시켜 주는 캐릭터 섀넌의 스킬인 '열정적인 응원'은 시전 대상이 '가장 공격력이 높은 캐릭터'로 고정된다. 자동 전투 진행 중 새넌이 힐러나 서포터 캐릭터에게 버프를 걸어주는 일을 막기 위한 설계로 보인다. 다만 일부 스킬은 가장 가까이 있는 캐릭터나 가장 체력이 낮은 적을 대상으로 삼기도 하는 만큼, 캐릭터에 따라서는 수동 조작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캐릭터 배치가 중요한 게임이다. 스테이지에 따라 적 배치가 달라지는데, 단순히 진형이 달라지는 수준을 넘어서 일부 스테이지에서는 적이 아군 뒤에 배치되거나 적에게 앞뒤로 포위당하기도 한다. 아무 생각 없이 힐러를 맨 뒤에 배치했다가는 아군 뒤에 배치된 적 별동대에게 힐러가 비명횡사할 수 있는 만큼, 스테이지 진입 전 적 배치를 보고 적절하게 아군을 배치해야 한다.

스토리 몰입감도 나쁘지 않다. 메인 스토리 진행 중 중요한 장면에서는 한국어 더빙이 제공되며, 원작을 단순 번역한 게 아니라 국내 개발진이 원작을 기반으로 새로 작성한 스크립트인 만큼 가독성도 나쁘지 않다. 스토리 전개는 원작 발매 순서가 아니라 작중 연표를 기준으로 한다. 즉 '영웅전설 IV: 주홍물방울'에서 시작해 '영웅전설 V: 바다의 함가'를 거쳐 '영웅전설 III' 하얀마녀' 스토리로 이어진다.

다만 일부 유저에게는 스토리가 다소 진부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 자체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원작이 20세기에 창작된 작품이라서 일어나는 문제에 가깝다. '영웅전설 III: 하얀마녀'가 1994년, '영웅전설 IV: 주홍물방울'이 1996년, '영웅전설 V: 바다의 함가'가 1999년 출시된 작품임을 고려해야 한다.

오늘날 당연하게 여겨지는 RPG 문법이 정립되기 전에 나온 작품을 리메이크한 만큼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그래도 일부 구간 대사나 연출이 원작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현대 유저에 맞게 개선된 만큼 스토리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픽 완성도는 호불호가 조금 갈릴 전망이다. 대화나 이벤트에서 등장하는 캐릭터 일러스트는 완성도도 높고 애니메이션도 적용돼 보기에 나쁘지 않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보통 강하게 데포르메된 SD 캐릭터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원작 '영웅전설'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 같은 요소지만, SD 디자인을 불호하는 유저라면 게임 몰입이 어려울 수 있다.

핵심 BM은 캐릭터 랜덤 뽑기로, 최고 등급 캐릭터 확률은 3%다. 상시 뽑기에서는 최고 등급 캐릭터가 3% 확률을 골고루 나눠 가진다. 픽업 뽑기에서는 픽업 대상 캐릭터가 1.5% 확률로 출현하며, 나머지 캐릭터들이 1.5% 확률을 나눠 가진다.

가변형 확률이 아니라는 점은 장점이다. 가변형 확률은 뽑기 횟수가 누적되면 최고 등급 캐릭터 획득 확률이 증가하는 방식으로, 확률을 고지할 때 가변형 확률을 포함해서 고지하는 바람에 겉보기 확률은 높아 보이지만 실제 확률은 1%보다 낮을 때가 많다. 이를 고려하면 3% 확률은 유사 장르 경쟁작들과 비교해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천장' 시스템은 반천장 개념 없이 100회 고정으로 설정돼 있다. 픽업 뽑기에서 픽업이 아닌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1 픽업포인트를 얻으며, 픽업 포인트가 99개 모일 동안 픽업 캐릭터를 얻지 못하면 마지막 100번째 픽업에서 반드시 픽업 캐릭터가 등장하는 방식이다. 픽업 포인트가 100이 되기 전에 픽업 캐릭터를 얻으면 포인트가 초기화되며, 픽업 캐릭터를 얻지 못하고 픽업 뽑기가 종료될 경우 포인트는 다음 뽑기로 이월된다.

원작 내용을 훼손하지 않은 만큼, 고전 '영웅전설' 시리즈 팬이었다면 '영웅전설: 가가브 트릴로지'는 추억을 되살릴 기회가 될 것이다. 원작이 플레이스테이션 1이나 MS-DOS·윈도 98 PC용으로 출시된 만큼 오늘날에는 원작을 구한다 해도 호환되는 기기를 구해 플레이하는 과정 자체가 험난한데, 이번 작품을 통해 빛바랜 추억에 새로 색을 입힐 수 있게 됐다.

명작으로 여겨지던 고전 RPG에 흥미는 있되 아직 제대로 접해보지 못한 유저에게도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내용이 약간 진부하긴 하지만, 인게임 보상을 통해 캐릭터를 강화할 수 있는 여지가 큰 만큼 스토리를 감상하며 가볍게 즐길 수 있다.

겜툰 박현규 기자 news@gamtoon.com